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트레블러스 노트 다이어리와의 만남

by raw sienna 2023. 5. 23.

시작

시작은 이랬습니다. 

인스타에 팔로잉중이던 화가분이 자신의 스케치북과 함께 찍어올린 클립. 

그 황동 클립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어요.

출처 : @ryc.paints

한번 눈에 밟힌 그 클립은 인스타, 까페, 블로그 등 여러 이미지에서 얼굴을 내밀면서 '나 여깄다'라며 이제 내 눈길이 가는 곳마다 눈에 띄기 시작했고 내 주위를 맴돌았습니다. 대체 무슨 브랜드야 하며 검색해본 TRAVERER'S CPMPANY는 신세계 그 차제 였던것이었어요. 비싸고 이쁜것으로 유혹했지만 전 단호히넘어가지 않았습니다. 평생 구매한 다이어리와 수첩들은 두세페이지 이상 기록해 본 기억도 없었기 때문에 저와는 거리가 먼 물건들이라 여겼습니다. 그렇게 잊혀지나 싶었던 트레블러스 노트와의 인연은 왜 이리도 질긴건지..

 

결심

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도전해야했던 전 어떻게 하면 '잘 쓰는' 글쓰기가 가능할까가 늘 고민이었어요. 글쓰기에는 뭐니뭐니 해도 국룰인 독서가 우선 아니겠습니까. 그 동안 책들을 읽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 어찌된 일인지 머리 속이 텅텅이었습니다. 그렇게 글쓰기로 몸서리 치고 있을 때쯤 김익한 교수의 삶을 기록하는 방법이란걸 우연히 알게되었고 <거인의노트>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. 이 책을 통해 그 동안 읽어왔던 독서의 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요. 앞으로는 메모하는 습관과 함께 책을 읽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그 내용을 기록하는 수첩으로 트레블러스 노트가 불현듯 다시 생각이 난것입니다.

 

 

늘 나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어색했던 저는 나에 대해 쓸거리가 없었기 때문에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. 트레블러스 노트의 세상에는 기록형 인간이 정말 많았습니다. 어제 일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 전 적잖이 놀랐어요. 기록에는 어제 먹은 음식과 오늘 부는 바람까지 소재가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고, 더불어 머리속에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에도 좋겠다 했습니다. 또 어떤 이유보다 제일 큰 이유는 이쁩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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쾅쾅 찍힌 스템프가 너무 어울리는 트레블러스 노트는 이름처럼 여행을 기록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 것 같은 노트이지만, 나의 일상도 기록하면 여행하는 기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합니다. 오늘 고른 옷을 입고 '지금 그 속에 앉아 있다'는 버지니아 울프처럼 그 때의 감정을 담는 기억의 저장소로 잘 활용해보고 싶어요.

 

석양을 본 뒤, 나중에 일기를 쓸 때는 뭔가 적당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보다가 그냥 "아름다웠다"고만 적는다. 우리는 사실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. 그러나 그 이상은 글로 고정시킬 수가  없어 곧 잊고 만다. 우리는 오늘 일어났던 일들을 붙들어두고 싶어 한다. (...) 그러나 다 적고 펜을 내려놓을 때면 우리가 표사하지 못한 것, 덧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. 그리고 그 사라져버린 것이 하루의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.
<슬픔이 주는 기쁨> 알랭드보통, 청미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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